이제 깨달았어요.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으로서는 삐뚤어져 있어도, 먹고살 수 없어서 결국 길가에 쓰러져 죽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

나에게 편의점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왔다.

편의점이 되고 싶어 하는 형태, 가게에 필요한 것, 그런 것들이 내안으로 흘러들어 온다. 내가 아니라 편의점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이 내리는 계시를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을 편의점에 합리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던 나는 이제 기준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이 행동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라면 내일을 위해 자야 할 시간이다.

편의점을 위해 몸을 조절하려고 생각하면 금세 잠들 수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무엇을 위해 잠을 자면 좋을지도 알 수 없어져 버렸다.

방 안에는 시라하 씨의 목소리, 냉장고 소리, 온갖 다양한 소리가 떠다니고 있는데, 내 귀는 고요함밖에 듣지 않았다.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편의점의 소리가 몸에서 사라져 있었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다.

비닐봉지 안에 조심스럽게 달걀을 담는다.

어제 판 것과 같지만 다른 달걀을 담는다. 손님은 어제 넣은 것과 같은 비닐봉지에 같은 젓가락을 넣고 같은 잔돈을 받아 들고 같은 아침을 미소 짓고 있다.

편의점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니까, 당신도 곧 복원되어버릴 거예요.

이 말을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고, 빈둥거리며 옷을 갈아입는 사하라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좀 전까지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불온한 공기는 말끔히 사라지고, 가게 안의 손님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늘 사는 빵이나 커피를 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떨어져 있어도 편의점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멀리 떨어진, 빛으로 가득한 스마일마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의 광경과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웅성거림을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리면서,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위해 가지런히 손톱을 자른 손을 무릎 위에서 가만히 어루만졌다.

같은 일로 화를 내면 모든 점원이 기쁜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직후의 일이었다.

점장이 버럭 화를 내거나 야간조의 아무개가 농땡이를 부리거나 해서 분노가 치밀 때 협조하면, 불가사의한 연대감이 생기고 모두 내 분노를 기뻐해준다.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왜 편의점이 아니면 안 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어서 '점원'이 될 수 있어도, 매뉴얼 밖에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여전히 전혀 모르는 채였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대학생, 밴드를 하고 있는 젊은 남자, 프리터, 주부,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같은 제복을 입고 '점원'이라는 균일한 생물로 다시 만들어져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날의 연수가 끝나자 모두 제복을 벗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꼭 다른 생물로 옷을 갈아입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문이 묻어 있지 않도록 깨끗이 닦은 유리창 밖으로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의 시작. 세계가 눈을 뜨고 세상의 모든 톱니바퀴가 회전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한 번에 하나씩.

단일한 박자로 자신의 고독을 밀며 그들은 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같았다. 일정한 리듬이 탁탁 전진하며 견고한 어둠을 한없이 가볍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그녀와 나는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었다.

술을 마시고 자정을 넘기고 막차를 놓치게 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지만 지하철역이 또박또박 다가올수록 그런 생각은 시나브로 잦아들었다.

언제나 항상 같은 자세와 똑같은 동작으로 유지되는 운동.

아무것도 새로울 가능성이 없다는 건 사람을 맥빠지게 했다.

드문드문 편의점이 점선처럼 박힌 골목을 따라 걸으면 각자 다른 오늘을 매만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누군가의 오늘은 서둘러 잠이 들고, 누군가의 오늘은 불면에 시달리고, 또 누군가의 하루는 막 시작되려 하는, 말하자면 그런 수많은 오늘을 확인하면서 나는 내 하루를 조금씩 흘려 보냈다. 오늘은 끝나지 않고 부지런히 되돌아 왔다.

한 번에 무리해 봐야 소용없어.

뭐든 매일매일 해야지.

그때 나는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온몸을 부르르 떠는 수면이었다.

파동은 언제, 어디서나 시작될 수 있었고, 한번 시작되면 잠잠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그게 얼마나 난처하고 막막한 일인지 정말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십 년은 길다.

터무니없이 길다. 그 긴긴 시간 저편에 후유하를 홀로 남겨두고 와 버렸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실제로 미래의 꿈을 꾸고, 그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미야뿐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야는 자신의 꿈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튕겨 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