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더 심각하게 아프고, 뿌리도 아주 깊어. 그러니까 만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너 혼자라도 가줘.

우리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어.

만일 기즈키가 살았더라면 우린 아마도 같이 지내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그리고 조금씩 불행해졌을 거라고 생각해.

명창정궤(明窓淨几). 이것이 내 취미겠다.

한가로움을 사랑한다. 자그맣게 빈둥빈둥 지내고 싶다.

반드시 교훈적으로 마치거나, 멋들어진 미문으로 마감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독을 권할 만한 자신만의 이유를 간결하게 내세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적절한 인용은 창문과 같이 적절한 빛을 비춰 줍니다.

하지만 서평을 원만하게 작성하려면, 멋진 인용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야지요.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합니다.

독서의 자극을 통해서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말고 곧장 기록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서평은 이 단상을 논리적으로 배열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훌륭한 저작은 성실한 독자의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넘실대게 만듭니다.

저자의 최선이 담긴 작품은 독자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최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학 서평은 어느 정도 문학 치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시입니다. 자신의 실존 차원에서 소설을 겹쳐 읽고, 이렇게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서평을 쓰면 잠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서평을 쓰는 과정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회복시킵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직면하고, 동시에 일부 잠재 독자에게도 강력한 설득력을 행사하게 되지요.

식당 분위기는 툭수한 공구의 견본 시장과 비슷했다.

한정된 분야에 강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한정된 장소에 모여 저희들만 아는 정보를 교환하는.

나오코가 가 버리고 나는 소파 위에서 잠을 잤다.

잠을 잘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나오코의 존재감 속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부엌에는 나오코가 사용하는 그릇이 있고 욕실에는 나오코가 사용하는 칫솔이 있고 침실에는 나오코가 잠드는 침대가 있다. 나는 그 방 안에서 세포 구석구석 피로의 한 방울까지 짜내듯 깊이 잠들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공간을 방황하는 나비 꿈을 꾸었다.

저는 육체의 피곤이나 마음의 근심, 핸드폰 문자 등으로 인해 집중이 약해지고 산만해질 때 차례로 돌아갑니다.

읽고 있는 본문의 맥락을 다시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충실한 독자라면 모름지기 자기가 읽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약이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가 열차라면, 요약은 레일입니다. 따라서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하나, 요약 없는 서평은 맹목적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하며,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문제를 잔뜩 안고 있지요.

우리의 내면과 외면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습니다. 서평 쓰기는 우리가 더욱 깊이 책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가운데 더욱 깊이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게 도와줌으로써 단순한 독서 행위를 넘어섭니다.

자아 성찰이 서평 쓰기의 결론은 아닙니다.

진정한 종결은 어디까지나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입니다.

나는 나오코가 보낸 편지지 일곱 장을 손에 든 채 망연히 생각에 몸을 내맡겼다.

처음 몇 줄은 읽은 것만으로도 내 주위의 현실 세계가 스윽 그 색이 바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는 눈을 감고 오랜 시간을 들여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 계속 읽어 내려갔다.

"설마 무슨 이상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죠?"

"물론 없지. 인생에는 그런 거 필요 없어. 필요한 것은 이상이 아니라 행동규범이야."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

그 때문에 우리는 아주 먼 길을 돌아왔고, 어떤 의미에서는 삐둘어지고 말았어.

그녀가 갈구하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팔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나의 온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온기이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뭔지 모를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뿐이다.

그리고 나오코에 대한 기억이 내 속에서 희미해질수록 나는 더 깊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입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도 생겨난다.

그래도 이 같은 사랑 싸움은 상당히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녀와 넬슨은 젊은 시절에 외로웠다. 이제 그들은 살아 있는 세계의 맛과 냄새를 원했으며, 지금까지는 서로에게 그것을 갈구했다.

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그가 그동안 연습해 두었던 대사 중 하나였다.

기선을 타고 오면서도 꽤 괜찮은 대사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그가 언제나 그녀에 대해 느낀 애정에다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에 대한 어물쩡한 태도를 보여주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마치 무거워진 공기처럼 과거 일이 사방에서 그를 애워싸고 있는 시점에서 그 말은 왠지 연극적이고 김빠진 맥주처럼 진부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