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하가 웃으면─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세상 모든 것이 함께 기뻐하는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것이 함께 기뻐하는 것만 같다.
분명 무언가를 보고 있을텐데 내 눈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것은 생명 그 자체였다. 미츠하는 현실이었다.
노을은 이미 사라졌다. 일등성이 몇 개 떠 있고 제트기가 희미한 소리를 내며 날고 있을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혜성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 미소가 오늘 도쿄에서 본 것 중 가장 고귀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독자가 보자면 나나 당신들이 있는 이 세계는 가능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겠지. 당신들도 알잖아. 여기가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을.
당신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내 눈에는 참으로 아름답다는 말이야. 당신들에게는 그걸 위안으로 삼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 정당성은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이야말로 참으로 열린 질문이지.
애초에 신이 800만이나 있는 다신교 국가인 데다 불교, 기독교, 옴진리교까지 있으니 거의 무종교나 마찬가지지. 그런 나라라는 사실에 당신들은 도리어 기뻐해야 하지 않나?
잠시 후 다카스키 미네코는 몹시 감동한 얼굴로 교수를 보았다. 신이니 예언이니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지 않지만, 왠지 믿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세계에 그 정도는 존재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쩔 수 없었다.
'아직도 영문 모를 일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나 미래를 꼼꼼하게 계산하고 분석해서 결정하고 마는 나쁜 버릇이 있어. 자기 일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온갖 꿈을 꾸었는데, 자신들이 하려고 하는 행위를 노골적으로 정당화하는 장면들이 여러 꿈에 조각조각 박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질투한다는 건 더 사랑한다는 거니까.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어디인지 모를 곳을 향해 그저 걸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바람 냄새나 햇빛 색깔이나 길섶에 핀 작은 들꽃이나 조그만 소리의 울림이 나에게 가을 소식을 전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와 죽은 자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기즈키는 열입곱인 채로, 나오코는 스물하나인 채로. 영원히.
경험적으로 볼 때 그런 기회란 인생에 두 번 아니면 세 번밖에 없고, 그것을 놓치면 평생 후회하게 되요.
나는 그 책임을 내팽개 칠 수 없어.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설령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미도리를 잃고 내 생활이 이렇게나 아무 맛이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하니 슬픈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속에서 그녀의 존재가 점점 부풀어 오른 것이다.
풀냄새, 신선한 봄바람, 달빛, 영화, 좋아하는 노래, 감명 받은 책 같은 것에 대해 썼다. 그 편지를 다시 읽어 보고 스스로 위로 받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가를 생각했다.
난 책임감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 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이라고 나는 입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일요일에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다.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분명히 그랬던 것 같고, 환상이라 생각하면 환상인 듯했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세부까지 생생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오코의 몸도 달빛도.
나는 조금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여기가 진짜 세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람들도 주변 풍경도 왠지 진짜가 아닌 것 같아 보여."
중력이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래, 이게 바로 바깥 세계인 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