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이 훨씬 뼈에 사무칠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고 이후 기누가사 사치오의 일상은 온갖 절차와 정리에 쫓겨 분주하게 흘러갔다. 모든 것이 기누가사 나쓰코의 죽음에 관계된 일이었음에도 사치오는 나쓰코가 여행을 떠난 채 어쩌다 돌아오는 길이 늦어지고 있을 뿐인 듯 생각되었다.
그런데 사고 이후 기누가사 사치오의 일상은 온갖 절차와 정리에 쫓겨 분주하게 흘러갔다. 모든 것이 기누가사 나쓰코의 죽음에 관계된 일이었음에도 사치오는 나쓰코가 여행을 떠난 채 어쩌다 돌아오는 길이 늦어지고 있을 뿐인 듯 생각되었다.
당신 같은 박정한 남편보다 우리들이 훨씬 더 나쓰코를 소중하게 여겨 왔는데, 하고 말하고 있었다.
슬픔도 절망도, 피로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본인조차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한없는 무색투명함을 짊어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돌이킬 수 없는 침묵을 깨뜨리지 못한 채, 잠시 후 사치오의 머리는 말끔하게 손질이 끝났다.
사막처럼 메마른 정직함. 해가 뜨면 뜨거워지고 해가 지면 얼음처럼 차가워질 뿐. 거짓도 없었지만 친절함 역시 한오라기도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길고 긴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나라는 남자의 따분함을 무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