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함이 훨씬 뼈에 사무칠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고 이후 기누가사 사치오의 일상은 온갖 절차와 정리에 쫓겨 분주하게 흘러갔다. 모든 것이 기누가사 나쓰코의 죽음에 관계된 일이었음에도 사치오는 나쓰코가 여행을 떠난 채 어쩌다 돌아오는 길이 늦어지고 있을 뿐인 듯 생각되었다.

빨갛게 핏발 선 그 눈은, 우리의 나쓰코를 함부로 태우다니,

당신 같은 박정한 남편보다 우리들이 훨씬 더 나쓰코를 소중하게 여겨 왔는데, 하고 말하고 있었다.

참고인 조사가 끝나 준비된 차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기누가사의 등을 쳐다보면서도 형사는 감정이랄 만한 것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슬픔도 절망도, 피로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본인조차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한없는 무색투명함을 짊어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사치오와 나쓰코의 대화가 따분하게 이어지지 않을 때는 늘 이런 식으로 전개되다 끝나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침묵을 깨뜨리지 못한 채, 잠시 후 사치오의 머리는 말끔하게 손질이 끝났다.

불확실한 것과 희망적인 예측을 쉽게 말하지 않은 것이 모토모 씨의 장점이었고, 나는 그런 점을 또 좋아했다.

사막처럼 메마른 정직함. 해가 뜨면 뜨거워지고 해가 지면 얼음처럼 차가워질 뿐. 거짓도 없었지만 친절함 역시 한오라기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할 만큼 자신은 없었다.

어쩌면 그녀는 길고 긴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나라는 남자의 따분함을 무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