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어요.

잘 자요. 립반윙클 님.

나니미는 그녀들의 세계에 압도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곳이 마시로가 살던 세계이기도 했다. 세상에는 인정받지 못한 세계. 있어서는 안 될 세계. 만일 그렇다고 해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면 안 되는 인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인정받지 못해도 그녀들이 살아가는 힘에는 굉장한 무언가가 있었다. 마시로가 그랬다. 살아가는 에너지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행복해지면 나는 부서져 버려.

그래서 차라리 돈을 내고 사는 게 편해. 돈은 분명히 그런 걸 위해 존재할 거야. 사람들의 진심이나 친절함 등인 너무 또렷이 보이면 사람들은 너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다들 부서지고 말걸? 그래서 모두 돈으로 대신하며 그런 걸 보지 않은 척하는 거야. 나나미,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부서져 버릴 것 같아.

아무로는 멋쩍어 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가 연기고 어디부터가 참모습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진실과 거짓, 또 그 경계선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독선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두서없는 대화를 나눌 때마다 나나미는 어딘지 이 직장의 일원이 된 듯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소소한 행복이라고 여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마치 립반윙클과 같은 하루였다.

낯선 결혼식에 참석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술잔을 나웠다.

사람은 잃어버린 것을

가슴속에 아름답게 새길 수 있기에

언제나 언제나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내일을 맞이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신부는 시종일관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어서 나나미는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이 두 사람에게 과연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의 불행도 겹쳐져서 나나미는 이 신부의 행복을 간절히 빌었다.

하느님, 모든 것을 보고 계신다면 이 어리석고 불쌍한 자들을 보디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해 주세요.

그냥 웃어 주세요.

나나미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가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는 생명력이 예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남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와 반대로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나미는 자신은 확실히 후자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글자를 입력했지만 막상 송신하려니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나나미는 애써 쓴 글을 삭제했다. 최근 들어 이런 경우가 많아졌다.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남들이 하는 말을 듣거나 누군가가 내 글을 보는 것도 성가시다. 글을 올리지 않아도 글자를 입력하고 싶은 만큼 입력하는 것만으로 울분이 가실 때도 있다.

마치 육상선수 같았다.

운동 하듯 섹스에 힘썼다. 주위 사람들에게 섹스에 대해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섹스란 단순히 번식 행동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오히려 숨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어쩐지 홀딱 벗겨져서 황량한 벌판으로 내쫓긴 기분이었다.

뿌리부터 뽑혀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버려진 잡초 같았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을 잃었다. 돌아갈 장소가 사라졌다. 혼자서 살아갈 자신은 조금도 없다. 생활이나 돈 문제가 아니었다. 나나미에게서 미나가와 일가라는 가정이 소멸되었다. 그 상실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글에도 '좋아요'가 연속적으로 달렸다.

'결혼 활동 편' 안에서 한바탕 축하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나나미는 그런 상황이 이상하게 거짓말처럼 느껴졌고 자신의 글도 거짓말 같았다.

나나미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거짓으로 치장된 연극의 막이 올랐다.

아빠의 손에 이쓸려 버진로드에 발을 내딛었다. 예배당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나나미는 현기증이 났다. 다홍식 버진로드를 한 발씩 힘주어 내딛었다. 바늘방석 위를 맨발로 걷는 마음이었다.

아, 이제 이 계정은 못 쓰겠구나.

애착이 가는 계정이었다. 지금까지 여기서 쌓은 인간관계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오늘로 끝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SNS의 관계란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가. 계정을 일부러 삭제하지 않아도 글을 입력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그곳에서 사라진다.

맞선 사이트에서 남자친구를 발견했다.

어쩐지 너무나도 쉽게 손에 넣었다. 인터넷 쇼핑을 하듯이 간단히 한 번의 클릭으로.

나나미는 거짓말을 할수록 우울해졌다.

거짓말 위에 거짓말이 계속 쌓여 갔다. 흡사 범죄자 같았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가뜩이나 결혼이런 이상한 관습이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마치 어떤 벌처럼 느껴졌다. 정든 장소를 버리고, 과거를 버리고, 이름까지 버리고, 믿어도 되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남성에게 인생의 전부를 맡긴다. 이게 범죄자라면 얼마나 나쁜 짓을 해야 이런 벌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나나미는 우울해졌다.

나나미는 데쓰야에게 안내 책자를 펼쳐 보였다.

아무로가 소개해 준 서비스의 안내였다. 사람을 속이는 종류는 아니었다. 이 서비스라면 말해도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이걸로 거짓말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지만, 죄의식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