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서울로 갈 짐을 들고 열여덟의 그녀가 옥수수밭을 부러 가로질러 시외버스를 타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한 세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건너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부러진 옷수숫대들이 황폐한 밭에 무더기로 쌓여 있던 어느 겨울의 일이었다.
서울로 갈 짐을 들고 열여덟의 그녀가 옥수수밭을 부러 가로질러 시외버스를 타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한 세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건너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부러진 옷수숫대들이 황폐한 밭에 무더기로 쌓여 있던 어느 겨울의 일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과 급식시간에는 늘 선글라스를 낀다. 수업시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엎드렸다 일어났다 한다. 엄마도 주기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지금보다는 덜 중요했을 텐데. 수입은 일정한 주기로 들어와야 한다. 부모는 일정 시간에 집에 머물러야 한다. 삶에는 파도가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왔다 밀려 나가야 한다.
그 마음 내가 전문이지. 밤은 오고 잠은 가고 곁에는 침묵뿐이고 머릿속은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뭐 또렷하게 어떤 생각은 또 할 수 없어서 그냥 나 자신이 깡통처럼 텅 빈 채 살랑바람에도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 나는 세실리아의 손을 잡았다. 손은 아주 차가웠고 웬만한 남자 손만큼 컸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조중균씨는 부끄러웠다.
조중균씨는 말 중간에 쉼표를 넣어 이상하게 끄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무실의 어둠을 아주 따뜻한 담요처럼 덮고 원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