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어떤 말을 하는 것, 그건 무용하고 허망하고 어떻게 보면 말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수는 언제오니, 할머니가 너 좋아하는 조기찌개 해놨는데, 하는 말을 듣다가 그것이 더이상 귀가를 확인하는 말이 될 수 없다는 데 눈물을 흘렸다. 언제, 라는 물음이나 할머니, 너, 조기찌개라는 단어들 모두 지금껏 상수가 들어보지 못한, 생경한, 그저 은총의 부재만을 가리키는 실체 없는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아주 긴 여름이었다.

9평 원룸에 누워 있으면 매미들이 마치 파도처럼 연이어서 쌔- 하고 울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 겨우 고립감을 덜 수 있는. 설거지도 빨래도 요리도 하지 않는 일상에서는 오로지 오늘만 있는 것 같았다. 산주가 없는 내일도 없는,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되도록 현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경애의 마음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