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혹시 모성애라는 종교가 있는 게 아닐까.

모성애를 믿으십쇼. 천국이 가까이 있습니다!

이미 바짝 말라 버석이는 묵은 감정의 먼지들 위로 작은 불씨가 떨어졌다.

가장 젊고 아름답던 시절은 그렇게 허망하게 불타 잿더미가 되었다.

서운함은 냉장고 위나 욕실 선반 위,

두 눈으로 빤히 보면서도 계속 무심히 내버려두게 되는 먼지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두사람 사이에 쌓여 갔다.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 끝을 꾹 밟고 선이 작지만 묵직하고 굳건한 돌덩이.

김지영 씨는 그런 돌덩이가 된 기분이었고 왠지 슬펐다. 어머니는 김지영 씨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딸의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다정하게 넘겨 주었다.

아무것도 어머니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모든 것은 어머니의 책임이었고,

온몸과 마음으로 앓고 있는 어머니 곁에는 위로해 줄 가족이 없었다. 어머니는 혼자 병원에 가서 김지영 씨의 여동생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