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애하는 작가 레이먼드 카버도 그런 '망치질'을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작가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라고.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아주 담담하게. '희망도 절망도 없다'는 것은 실로 훌륭한 표현입니다.

말하자면 수도꼭지를 최대한 틀어 놓고서 장기전 업무에 착수합니다.

그런 때 느끼는 충실감은 세상 그 무엇으로도 대신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건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기분입니다.

약간의 시점을 바꾸면, 발상을 전환하면,

소재는 당신 주위에 그야말로 얼마든지 굴러다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당신의 눈길을 받고 당신의 손에 잡혀 이용되기를 기다립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일단 몸에 배면-

그런 습관은 많은 경우 젊은 시절에 몸에 바는 것인데-그리 쉽사리 독서를 내던지지 못합니다. 가까이에 유튜브가 있건 3D 비디오게임이 있건, 틈만 나면(혹은 틈이 나지 않더라도) 자진해서 책을 손에 듭니다.

고역으로서 소설을 쓴다는 사고방식에 나는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퐁퐁 샘솟듯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