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샀습니다.

대학생 때 DSLR로 사진을 꽤 찍었는데, 취업준비하며 '도대체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안 찍게 되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제게 판 분께 이 얘기를 했더니 '사진을 찍었던 사람은 결국 다시 사진을 찍게 되죠.'라고 담담히 말하더군요. 맞는 말이네요. 이게 무슨 소용이든, 다시 찍고 싶어졌습니다.

그녀가 나를 안 사랑한다고 했다.

말의 힘은 강했다. 그 말을 듣자 단숨에 삶의 의지와 희망이 사라졌다. 단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면, 그녀에게서 다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뿐이었다. 그럼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올 것 같았다.

누나 결혼식이 있어서 고향에 다녀왔다.

결혼식이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망쳐 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티라미스를 한 입 베어 물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누나가 예뻤다.

지갑을 열었는데 현금이 많아서놀랐다.

어제 우루루 모여 먹고 친구들에게 거둔 현금들. 아버지 핸드백에 든 두툼한 현금을 보면 어린 마음에 '당분간 우리 가족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었다. 현금이 주는 안도감이란.

행복을 좇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행복하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만, 어쩐지 현대인이 행복을 바라는 태도에는 필사적인 면이 있다. 행복을 좇는 건 상대적 불행의 증거다. 인간의 욕심에 끝이 없듯, 행복을 바라는 욕심 또한 끝이 없다. 그래서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클수록 그것과 멀어지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