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잘 파지지 않았다.

삽날이 언 땅을 때릴 때마다 둔탁한 쇳소리가 어두운 전나무 군락지 너머로 길게 퍼져 나갔다. 밤은 깊었고 무릎을 스치는 한기는 더더욱 뾰족해져 갔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나는 삽질을 하면서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