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하나씩.

단일한 박자로 자신의 고독을 밀며 그들은 제 영역을 넓히는 것도 같았다. 일정한 리듬이 탁탁 전진하며 견고한 어둠을 한없이 가볍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그녀와 나는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었다.

술을 마시고 자정을 넘기고 막차를 놓치게 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지만 지하철역이 또박또박 다가올수록 그런 생각은 시나브로 잦아들었다.

언제나 항상 같은 자세와 똑같은 동작으로 유지되는 운동.

아무것도 새로울 가능성이 없다는 건 사람을 맥빠지게 했다.

드문드문 편의점이 점선처럼 박힌 골목을 따라 걸으면 각자 다른 오늘을 매만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누군가의 오늘은 서둘러 잠이 들고, 누군가의 오늘은 불면에 시달리고, 또 누군가의 하루는 막 시작되려 하는, 말하자면 그런 수많은 오늘을 확인하면서 나는 내 하루를 조금씩 흘려 보냈다. 오늘은 끝나지 않고 부지런히 되돌아 왔다.

한 번에 무리해 봐야 소용없어.

뭐든 매일매일 해야지.

그때 나는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온몸을 부르르 떠는 수면이었다.

파동은 언제, 어디서나 시작될 수 있었고, 한번 시작되면 잠잠해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했다. 그게 얼마나 난처하고 막막한 일인지 정말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 말처럼 직급이 오르고 보수가 나아지고 그러다 보면 조장이나 팀장처럼 이곳에서 다 늙어 버릴 게 분명하다.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이 커다란 창고를 빙빙 돌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얶다. 어쨌든 더 나은 일을 구해야 했다.

조회가 끝나면 매일 다 같이 하는 거였다.

박수를 치지 않은 사람은 어비와 나, 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