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교훈적으로 마치거나, 멋들어진 미문으로 마감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독을 권할 만한 자신만의 이유를 간결하게 내세우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적절한 인용은 창문과 같이 적절한 빛을 비춰 줍니다.

하지만 서평을 원만하게 작성하려면, 멋진 인용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합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책의 정수를 찾아야지요.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합니다.

독서의 자극을 통해서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말고 곧장 기록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서평은 이 단상을 논리적으로 배열한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훌륭한 저작은 성실한 독자의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넘실대게 만듭니다.

저자의 최선이 담긴 작품은 독자의 지적이고 정서적인 최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문학 서평은 어느 정도 문학 치유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본 메커니즘은 동일시입니다. 자신의 실존 차원에서 소설을 겹쳐 읽고, 이렇게 자신의 삶에 비추어 서평을 쓰면 잠재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서평을 쓰는 과정은 쓰는 사람 자신을 먼저 회복시킵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자아를 직면하고, 동시에 일부 잠재 독자에게도 강력한 설득력을 행사하게 되지요.

저는 육체의 피곤이나 마음의 근심, 핸드폰 문자 등으로 인해 집중이 약해지고 산만해질 때 차례로 돌아갑니다.

읽고 있는 본문의 맥락을 다시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독서의 첫 결실 또한 평가가 아니라 요약입니다.

충실한 독자라면 모름지기 자기가 읽은 것을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약이 서평의 본질은 아니지만, 요약 없이 서평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가 열차라면, 요약은 레일입니다. 따라서 평가 없는 서평은 공허하나, 요약 없는 서평은 맹목적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하며,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문제를 잔뜩 안고 있지요.

우리의 내면과 외면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습니다. 서평 쓰기는 우리가 더욱 깊이 책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가운데 더욱 깊이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게 도와줌으로써 단순한 독서 행위를 넘어섭니다.

자아 성찰이 서평 쓰기의 결론은 아닙니다.

진정한 종결은 어디까지나 삶을 통한 해석이자 실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