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갈 테면 가라, 그는 생각했다. 4월은 흘러갔다.

이제 4월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건만 똑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의 시간과 그녀의 시간 말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는 순간, 그는 아무리 영원히 찾아 헤매더라도 잃어버린 4월의 시간만큼은 절대로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은 그가 그동안 연습해 두었던 대사 중 하나였다.

기선을 타고 오면서도 꽤 괜찮은 대사라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그가 언제나 그녀에 대해 느낀 애정에다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에 대한 어물쩡한 태도를 보여주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마치 무거워진 공기처럼 과거 일이 사방에서 그를 애워싸고 있는 시점에서 그 말은 왠지 연극적이고 김빠진 맥주처럼 진부하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