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녹아 금방 없어지는 것이라.

나는 늘 아름다운 한때를 팔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순간의 꿈. 그것은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린아이도 나이 지긋한 어른도 다들 신기해하는, 이내 사라지는 비눗방울 같은 한때였다.
그 느낌을 정말 좋아했다.

눈과 눈이 마주칠 때, 살아 있는 것은 똑바로 이쪽을 쳐다본다.

동그란 눈과 확실하게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들여다볼 때, 거기에는 두 개의 영혼이 있다. 그쪽과 이쪽이 한순간 하나의 창문이 된다. 이렇게 다른 곳에 살고 있는데, 크기도 전혀 다르고, 상대의 세계에서는 숨조차 쉴 수 없는데, 서로 쳐다보고 인정한다. 어떤 섭리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엄마가 구워 놓은 빵이나 어젯밤 먹고 남은 밥을 조금 먹으면서 우리는 말없이 커피를 마신다.

하지메는 갈색 설탕을 듬뿍 넣고, 나는 우유만 넣어서.
이렇다 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런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바다의 뚜껑."

"제목이 이상히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계속 잠을 못 잤는데, 이 곡만 유달리 귀에 익어서 자장가가되고 말았어. 지금도 들으면 차분해지니까, 혹시나 싶을 때를 위해 가져왔어. 바다의 노래라서, 실제로 해변에서 들어 보는 게 이 여름에 내가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일이야."

그렇게 조그만 몸으로 많은 것을 감당하고 있는 하지메의 모습은, 언제나 몸 하나는 튼튼해서 여기저기 상처를 내면서도 이 동네에서 뛰놀며 자란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섬세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메는 피가 머리로 쏠린 것처럼 머리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고, 다리는 가녀려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