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의 유리창을 보자 커다란 어항안에 갖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어항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엄마를 만나고 나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듯이 어둡고 뻥 뚫린 부분들을 채워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고 나면 그다음에 할 일이라든가, 하고 싶은 일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저절로 알게 될 것만 같았다.

오래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나는 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바짝 마른 입술만 깨물었다.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을 내 안에 영원히 가둬두려는 것처럼 너는 내 말을 가로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조리개의 움직임을 따라서 하나의 세계가 닫히고 다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 장면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내 안에 박혀 있을 거라고는, 그때의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은 떠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나는 떠날 사람이 누구인지 골라낼 수 있었다. 바퀴가 달린 가방이나 유난스러운 옷차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떠날 사람은, 뭐랄까, 떠날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