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한마디에 행복해질 수 있다면 쉽게 정말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면 그런 작은 행복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요.

사실은 마음대로 날 아프게 하라는 의미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암호로 말하는 법을 몰랐다.

아니, 말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다. 수화조차 못하는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속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더듬었다. 그게 내 암호의 범위였다.

그날 저녁 일기에 내 마음을 적었다.

당신이 그 곡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한 말은 과장이었어요. 내가 진짜 하려는 말은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는 거였어요. 당신이 반대로 나를 좋아한다고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여 주기를 바랐죠. 잠깐 동안 당신은 정말로 그랬어요.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내 생각이 또 바뀌겠지요.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당혹스러운 거리감이 우리 사이에 밀려왔다.

우리가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고 좀 더 열었다가 갑자기 친근하게 느낄만한 모든 것을 홱 잡아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