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 벽 높이 달린 작은 창문을 통해 햇빛 두세 줄기가 스며들었다.
우리는 햇빛이 바닥의 판석을 기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빛이 저렇게 기어갈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엔 전혀 몰랐다. 햇빛은 손가락처럼 기어갔다.
우리는 햇빛이 바닥의 판석을 기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빛이 저렇게 기어갈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엔 전혀 몰랐다. 햇빛은 손가락처럼 기어갔다.
머릿속으로 버러의 거리를 다녀 보려 하였으나 길을 잃고 말았다. 병원의 누구도 그 거리를 아는 이가 없었다.
몇 년어치의 밤이 흘러가는 것 같다! 마치 흩날리는 연기 속에 있는 것처럼,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거리며 밤을 헤치고 나아간다. 이제 나는 브라이어의 화장방에 있다고 믿으며 깨어난다. 크림 부인 집의 내 방에서 깨어난다. 정신 병원 침대에서 몸집이 거대하고 편안한 느낌의 간호사를 옆에 두고 깨어난다. 결국은 내가 정말로 있는 곳은 어디인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내가 누구이고 어떤 이인지 통렬하고 소름끼치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는 얼굴을 들어 밝은 빛을 마주하도록 요구받을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리처드만이 노를 젓는다. 우리는 침묵 속에 부드럽게 물 위를 미끄러져 각자의 어두운 지옥을 향해 나아간다.
수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 남자아이처럼 눈을 찡긋한다. 가슴속 깊이 심장이 아려온다.
결국은 사랑 때문에, 경멸도, 악의도 아닌, 단지 사랑 때문에 내가 결국은 수를 상처 입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밀랍 마네킹이 재단사의 재빠르고 무관심한 손길을 견디어 내듯이 말이다. 하지만 밀랍 팔다리라도 결국은 자신을 올리고 내리는 손의 열기에 져 녹아내릴 게 분명하다. 결국은, 내가 수에게 지는 밤이 온다.
침대가 있는 방에 대해 생각한다. 방의 모서리와 벽면을 생각한다. 저것들을 만지지 않으면 잠들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한다. 나는 일어나고, 춥지만, 조용히 여기저기로 걸어 다닌다. 벽난로 선반, 화장대, 양탄자, 옷장을 만지고 다닌다. 그리고 수에게 돌아온다. 수가 거기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수를 만지고 싶다. 감히 그러지 못한다. 그러나 수를 떠날 수 없다. 나는 손을 들어 1인치씩, 딱 1인치씩만 수의 위로 움직여 간다. 수가 자는 동안 엉덩이, 가슴, 구부린 손, 베개 위에 놓인 머리, 얼굴 위로 손을 움직여 간다.
그리고 내가 동정이라 여기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버겁고, 고통스럽고, 놀랍다. 그걸 느끼고 두려워진다. 나의 미래에 내가 치러야 할 것들이 두려워진다. 미래 그 자체가, 그리고 나의 미래를 채울 낯설고 통제할 수 없는 감정들이 두려워진다.
시간이, 날들이, 어둡고 음흉한 시간의 물고기들이 손 사이로 주르륵 흘러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수가 이를 갈며 내 입안을 자세히 보고 있는 동안, 오로지 수의 얼굴만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수의 눈을 바라본다. 이제야 한쪽 눈에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좀 더 어두운 갈색 점이 박혀 있음을 안다. 뺨 선을 본다. 부드럽다. 귀를 본다. 단정하게 생겼고, 둥근 귀고리며 팬던트를 달기 위해 귓볼을 뚫었다.
그리고 꿈이 갑자기 내게서 미끄러져 나가고 나는 수를, 그리고 나 자신을 자각한다. 내 과거,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자각한다. 수는 내게 낯선 사람이지만 내 모든 시간의 일부이기도 하다.
삼촌은 나를 책처럼 만들어 버렸어. 누구도 고르거나 집거나 좋아해선 안 되는 책이 되어버렸어. 나는 어두침침한 이곳에 영원히 박혀 있을 운명이라고!
진심으로 자기 주인을 걱정하는 하녀 말이다.
담배연기가 찬 공기를 파랗게 물들였다. 젠틀먼이 말했다. "이제 모드는 우리 거야."
하지만 다른 곳 피부와 마찬가지로 지나치다 싶게 부드러워서, 볼 때마다 피부에 멍이나 상처를 낼 만한 날카롭거나 거친 물건이 꼭 함께 떠올랐다.
여전히 약간 떨고 있었고, 눈을 깜빡이자 속눈썹이 깃털처럼 내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떨림이 멈추자, 속눈썹이 다시 한 번 내 목을 스쳤고 그리고 잠잠해졌다. 모드는 무거워지고 따뜻해졌다. '착하기도 해라.' 모드가 깨지 않도록 부드럽게 내가 말했다.
그림자가 계속해 일렁이며 춤을 췄다. 밀가루 반죽같은 시트는 여전히 차가웠다. 커다란 시계가 열 시 반, 열한 시, 열한 시 반, 열두 시를 쳤다. 나는 누워서 떨며 석스비 부인과 랜트 스트리트, 집을 진심으로 그리워 했다.
흐릿한 안개를 뚫고 엄청난 크기로 우뚝 솟아 있는 곳, 창문은 모두 새까맣고 굳게 닫혀 있고 굴뚝에서는 회색 연기 같은 것이 희미하게 흩날리는 곳, 모드 릴리가 있는 저택이자 이제부터 내가 우리 집이라 불러야 할 곳, 바로 브라이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