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노려보던 가이는 시선을 내려 손과 트위드 재킷의 앞섶과 플란넬 바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오늘 아침에 입었던 그 재킷을 오늘 밤에는 또 다른 사람으로서, 지금부터 되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벗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며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앤이 싱긋 미소 짓고는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유쾌한 웃음소리는 그를 비웃을 때도, 심지어 그녀가 웃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을 때조차 그를 흐뭇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