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엇보다 이 나무에 애착이 있는 듯했다.

아마도 이곳에 병원을 개업하면서 같이 심었기 때문일 것이다. 슬슬 꽃이 떨어질 때가 됐는지, 시들어서 갈색으로 변한 꽃잎들이 나무 밑동 주변에 흩어져 있다. 최근에는 나도 형의 기일에나 본가에 오게 되면서, 언제나 백일홍이 떨어질 때쯤 이렇게 거실에서 바라보곤 한다. 어쩌다 다른 계절에 들러서 마당에 백일홍이 피지 않았거나 하면,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기분까지도 든다.

이제 와서 그런 감상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과 함께 가라 앉아서, 오히려 흐름을 가로막는다. 잃어버릴 것이 많았던 하루하루 속에서 한 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언제나 한발 늦는다는 깨달음이다. 체념과도 비슷한 교훈일지도 모른다.